'도서 Review'에 해당되는 글 10건

  1. 2019.02.12 [엔트로피] - 제레미 리프킨 (다시 읽기)
  2. 2015.01.03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 신경숙
  3. 2014.03.23 [지상 최대의 쇼(The Greatest Show On Earth)] - Richard Dawkins
  4. 2014.03.08 [뿌리 깊은 나무 1, 2] - 이정명
  5. 2014.01.24 [적(敵)의 화장법(化粧法)] - 아멜리 노통브
  6. 2014.01.21 [정글만리 1 ~ 3] - 조정래
  7. 2013.06.21 [방과 후] - 히가시노 게이고
  8. 2013.06.03 [옛날에 내가 죽은 집]
  9. 2013.05.29 [트렌드 코리아 2013]
  10. 2013.05.15 [그날들] - Willy Ronis

[엔트로피] - 제레미 리프킨 (다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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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개정판이 나왔구나. 이 작품은 2009년 학교 도서관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이 작품을 다 읽고 스스로를 공학도라고 하기 부끄러웠다. 엔트로피를 이해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이해하기 보다는 대학에서도 외우려는 습관을 벗어내지 못했던 것 같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한 것에 감사하고, 대여를 해서 읽었다는 것에 스스로가 대견(?)하다.

 

 그렇게 우연히 만났고, 이내 빠져들었으며, 강한 인상을 주었던 작품이다. 읽기를 마치고 책을 도서관에 반납하기도 전에 인터넷으로 주문을 했다. 그리하여 내 것이 된 책을 다시 펴들고 이곳 저곳 줄을 그어가며 한번 더 읽었다. 내 기억에 임팩트를 준 몇 되지 않은 작품으로 오랫동안 남아있으며, 이후에도 엔트로피라는 단어를 만날 때면 이 책이 떠오르고 당시 겪었던 시간들이 생각난다. 그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책이랄까.

 

 나만 간직하고 싶은, 다른 사람은 몰랐으면 하는 그런 책, 음악, 장소 등등 그런 것이 있다. 그런 마음이 어리고 얕으며 좁은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 하거나 추천을 했을 때 다른 사람으로부터 좋지 않은 반응 혹은 무관심에 대한 상처 또는 섭섭함을 먼저 걱정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정말 하찮은 생각도 한다. 생각이 너무 많다. 그리고, 타인의 시선과 반응에 대하여 필요 이상으로 의식할 때가 있다. 이 책이 아주 아끼고 싶은 작품이란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너무 장황해진 듯 하다. 그렇게 나에게는 상당히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좋은 작품을 여러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And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 신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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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저자
신경숙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0-05-19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사랑하는가를 추적해가는 작품. 여러 개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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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 성인이 된 후의 연애 이야기. 세상의 모든 그 시절 연애 이야기들은 그때 당시 나의 모습을 떠오르게 만든다. 나에게 그때의 기억을 대표하는 단어는 부끄러움설렘이다. 이 작품을 읽는 동안 역시 부끄러운 단상들과 설레는 일면들이 순간순간 스쳐 지나갔다. 내 젊은 날의 우정 그리고 사랑 이야기에는 없는 단어가 있다. 그 단어와 감정이 작품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에서는 핵심이 되고 있다. 바로 슬픔이란 단어다.

 

 가슴이 찢어질 듯한 이별의 아픔을 난 잘 모른다. 그래서인지 친언니의 자살, 군대에서 사망한 오랜 친구, 친구의 자살. 이런 무서운 일들과 이어지는 네 인물의 슬픈 사랑이야기에 크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었다. 내가 공감하기에는 강도가 너무 세다고 해야 하나? 슬픈 이별 경험을 간직한 사람들끼리 연결되는 그 무언가도 이해하기 어렵다. 정윤과 윤미루의 이끌림이 그것이다. 언뜻 정윤과 이명서의 남녀 연애 이야기인 듯 하지만, 작품이 주는 주된 관계는 정윤과 윤미루에게 있다. 정윤의 시점으로 이야기는 진행되고, 그녀는 이명서를 라 칭하고, 윤미루를 처음엔 윤미루’, 다음엔 미루라 칭한다. 작품을 다 읽은 뒤 이명서란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을 만큼 유독 그의 이름은 잘 등장하지 않았다. 주인공 격인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정윤의 젊은 날 슬픈 이별 이야기는 성숙한 사랑의 감정을 이해하고 완성하기 위해 지나는 아픈 성장통과 같은 것이다. 아픈만큼 성숙한다는 말이 있듯이 정윤이 겪은 슬픔의 크기만큼 그녀의 사랑에 대한 감정은 더 성숙해진다. 윤미루에게 전해들은 윤미래의 사랑과 죽음, 그리고 실제로 겪게 되는 윤미루의 사랑과 죽음. 그런데, 아픔의 크기만큼 정말 성숙해질까?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아픔이 너무나 크면 성숙을 넘어 오히려 윤미래나 윤미루와 같이 스스로를 파괴해 버리는 지경에 이르는 건 아닐까?

 

 엄마의 죽음, 윤미래의 자살, 단이의 죽음, 윤미루의 자살, 윤교수의 죽음. 스무 살 초반부터 정윤이 경험한 직간접적인 이별들이다. 그녀는 감당하기 벅찬 슬픈 이별들을 겪었으나 스스로를 파괴하는 길에는 이르지 않았다. 분명 위기의 시기도 있었으나 그녀는 이겨냈다. 아니, 진행형이다. 이겨내고 있다. 그런 그녀의 경험들과 이겨내고 있음이 독자에게 용기를 주지 않나 생각한다. 또한 젊은 시절 슬픈 사랑을 경험한 이들에게도 용기가 되겠지. 난 아직 모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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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최대의 쇼(The Greatest Show On Earth)] - Richard Dawk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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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최대의 쇼

저자
리처드 도킨스 지음
출판사
김영사 | 2009-12-09 출간
카테고리
과학
책소개
긴장하라, 도킨스가 돌아왔다! 폭풍 같은 논쟁을 불러일으킨 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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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내 책들을 돌이켜보니, 진화의 증거 자체를 명확하게 제공한 대목은 어디에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심각한 빈틈을 메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문중에서)

 

 지금껏 부단히도 진화에 대한 과학적 근거들을 제시하고 그 증거들을 보여주었건만, 인간의 기원과 발달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는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약 44%의 응답자가 '신이 지난 1만 년 안짝에 현재의 형태 거의 그대로 인간을 창조했다'는 항목에 동의를 했다. 작가는 설문조사 결과를 보고 힘이 쭉 빠졌을까 아니면 더욱 더 전의가 끓어올랐을까? 조금의 실망감도 있었겠지만, 그 결과는 오히려 작가의 전의를 자극했을 것 같다. 그 자극을 상당한 양의 글로 풀어논 것이 바로 '지상 최대의 쇼'이고.

 

 서문에서 언급했지만 이 책은 '진화가 사실이라는 확실한 증거들에 관한 책'이며, 이미 밝혀진 과학 지식을 배경으로 그것과 연관지어 화의 증거들에 대해 더욱 근본적이고 명확한 설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미 밝혀진 과학 지식'도 의외로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는 것. 그것 또한 작가에게는 작지 않은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낮과 밤 그리고 사계절이 생기는 이유, 지구의 자전과 공전주기 기초적인 과학적인 사실 조차 그 원리를 모르는 영국사람이20%나 된다는 응답은 놀라우면서도 부끄러운 결과였다. 이 또한 이 책이 씌어진 계기에 일조했을 것이다.

 

 그의 주장은 여전히 확고하고 한결같으며 논리적이고 대중적이다. 반론을 제기하는 이들에게는 친절하고 논리적으로 대처하고 있으며 확실하고 명확한 증거들을 제시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상당수의 사람들이 개별적이면서도 조직적으로 그 과학적 사실을 부인하는 이유는 '사실'이 인간의 정치적인 '이슈'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사실을 사실로 받아들였을 때의 후폭풍이 도대체 얼마나 크길래...

 

 이번 작품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인간의 이성에 관한 것이다. 사고를 한다는 것, 내가 나 임을 지각하고 있다는 것 주로 철학적 주제이고 인간이 끊임없이 질문하고 탐구해 온 주제이지만 아직까지 온전히 풀리지 않은 것이다. 그렇기에 '신'은 등장했을 지 모른다. 그러나 작가가 제시한 답은 이렇다.

 

 어떻게 해서 우리는 그냥 존재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런 복잡성, 그런 우아함, 너무나 아름답고 너무나 멋진 무한한 형태에 둘러싸여 존재하게 되었을까?

 답은 이렇다. 우리가 우리의 존재에 관해 인식할 수 있는 이상, 그리고 그에 관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이상, 어차피 다른 식으로는 될 수 없었다. (......) 그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무작위적이지 않은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직접적인 결과다. 그것은 마을 유일의 게임, 지상 최대의 쇼다. (p.564~565)

And

[뿌리 깊은 나무 1, 2] - 이정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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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깊은 나무. 1

저자
이정명 지음
출판사
밀리언하우스 | 2006-07-1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세종 시대를 배경으로, 놀라운 속도감과 재미 그리고 뜨거운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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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깊은 나무. 2

저자
이정명 지음
출판사
밀리언하우스 | 2006-07-1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세종 시대를 배경으로, 놀라운 속도감과 재미 그리고 뜨거운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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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현전 대제학 최만리, 직제학 심종수 (정통 경학파)

 - 학문의 정결을 보호

 - 집현전의 정결을 보호

 - 잡설과 요설로 주장을 미혹케 하는 자들의 축출

 

 직제학 심종수

  평생을 유가의 학설과 성리학의 원리 탐구. 주렴계의 태극도설은 그의 우주론이었다. 그의 하늘과 땅은 흙과 공기가 아니라 음과 양의 기운이고 사람 또한 뼈와 살이 아닌 오행으로 이루어져 있을 뿐이었다. (p. 43 참고)

 

  심종수는 이 놀랄 만한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세상이 뒤집히고 있다. 경학의 이념이 냄새나는 육조거리의 오물바닥에 해진 짚신짝처럼 내팽개텨지고 있다. 그것은 직제학 심종수에게는 참을 수 없는 모멸이었다.

 이 타락하고 근본 없는 시대를 바로잡아야 한다. 양반, 상놈의 질서가 바로 서고, 위 아래가 동요함이 없도록 어지러운 난전을 쓸어버려야 한다. 그것이 대제학 최만리와 어지러운 세상을 바라보는 사대부들의 뜻이었다. (p. 45)

 

 이런 마음을 가진 스스로가 매우 속좁다 생각하지만, 그래도 귀와 마음과 머리에 거슬리는 이름이 하나 있다. 그 사람이 나에게 커다란 피해를 주었거나 나를 곤경이나 어려운 상황에 빠뜨린 것도 아니다. 옆에서 지켜본 바 그의 말과 행동들이 내 눈과 귀와 마음과 머리에 매우 거슬렸을 뿐이다. 따지고보면 별 것 아닌데도 그 사람이 싫다.

 작품의 결말에 이르러 세종의 한글 창제에 대한 비밀이 벗겨지고 마침내 살인사건의 배후자가 드러나는데, 그 배후 인물의 이름을 보고 속으로 잔잔한(?) 육두문자를 중얼거렸다. 내가 아는 그 놈이 오버랩되면서... 우연이겠지만, 최근에 그 놈 이름이 친구들 사이에서 오가고 있다. 반갑지 않은 그 이름. 그 이름을 들으면 욕부터 나오는 그 놈. 에잇! 이런 글이나 쓰고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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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敵)의 화장법(化粧法)] - 아멜리 노통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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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화장법

저자
아멜리 노통브 지음
출판사
문학세계사 | 2012-12-27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적의 화장법'이라는 이 의미심장한 제목은 어쩌면 지겨운 또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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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 아니지요, 선생. 내가 고양이밥을 좋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내 안의 어떤 적이 그걸 강제로 먹게끔 한 거였으니까요! 그때까지 내 안에서 잠자코 숨을 죽이고 있던 그 적이 하느님보다 훨씬 강력한 모습으로 드러나면서, 신의 존재보다는 그 힘에 대한 나의 믿음을 여지없이 앗아가버린 거랍니다."(p.31)

 몇 번을 반복해서 읽었다. 도대체 뭔 말이야? 우리말이지만 해석이 어렵네. 내 안에 있는 어떤 적의 힘이 신의 힘 보다 강했던 경험. 그 경험으로인해 신앙을 잃었다는 이야기, 신의 존재에 대해서는 여전히 믿고 있음. 마지막 문장 중 '그 힘에 대한 나의 믿음'은 곧 신앙을 의미한다. 읽는 도중엔 신앙에 초점이 있었는데, 책을 끝까지 다 읽고난 지금 나의 초점은 '내 안의 어떤 적'에게 가 있다.

 

 "... 신의 무용성을 깨닫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아셔야 합니다. 내부의 적이 전능하다는 사실은 그에 대한 보상인 셈이죠. 머리 위헤 군림하는 은혜로운 독재자 덕에 산다고 믿었지만, 실은 자신의 뱃속에 웅크린 적의에 찬 폭군의 힘으로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겁니다."(p.32)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라고들 하지.

 

 "너무 늦었어요. 내 나이 마흔입니다. 우정에서나 사랑에서나 나는 누구의 마음에도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오. 그 누구한테도 동료의식이라든지, 아니면 희미한 공감대조차 불어넣어 줘본 적이 없단 말이오." (p.63)

 그렇지 마흔은 늦은 나이지. 아니지, 늦었다기보다는 막혀버리는 나이지. 아주 꽈악 막히기 시작하는 나이. 더 나이들어 힘이 빠지고 기력이 쇠하면 막힌게 뚤리기 시작하다 드러눕거나 죽거나.

 

 "누구나 자신만의 도덕률이 있는 겁니다. 나는 어떤 행위를 판단할 때 그것이 내게 주는 즐거움을 척도로 삼고 있어요. 관능적인 도취감이야말로 존재의 지고한 목적이며, 그건 그 어떤 정당화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한데 쾌감이 없는 범죄란 이유 없는 악행일 뿐이며, 암울한 공해에 지나지 않아요. 그건 도무지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겁니다." (p.99)

 내 안에 있는 녀석은 진정한 즐거움, 쾌감을 바랄 뿐. 정작 그 즐거움을 만족시킬 수 있는 행위는 하지 못하는 내 자신. 그럴수록 내 안에 있는 녀석과 나는 적의 관계가 형성된다.

 

 "누구나 자기 내부의 적을 너무 오랫동안 입막아두고 있으면 이렇게 되는 법이라네. 그러다가 일단 마이크를 붙잡게 되면 절대로 놓지 않으려 드는 거지." (p.132)

 술을 마시거나 마이크를 붙잡아야지 내부의 적을 드러낸다는... ㅠㅠ 내부의 나가 나와 적이 된 것부터가 잘못된 시작이지.

 

 "... 인생이 곧 내기 아닌가. 결국 목숨밖에는 내기 걸 게 없는 셈이지. 그걸 걸지 않는다는 것은 곧 살지 않고 있다는 거와 같지." (p.149)

 내부의 적에게 먹히고 말지. 이는 곧 자살. 내부의 적은 찬찬히 화장을 하고 멋지게 화장이 완성되면 나를 잡아 먹는다. 내 내부의 적은 어디까지 화장을 하고 있을까?

And

[정글만리 1 ~ 3] - 조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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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만리 세트

저자
조정래 지음
출판사
해냄 | 2013-07-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지금, 당신은 미래와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세계 경제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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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원히 살기를 바라며 별짓을 다 하다가 결국 죽음은 피할 수 없다는 사실 앞에서 저승길 혼자 가는 것을 무서워해 그 많은 것들을 만들게 했던 어리석은 황제. 그의 뼈는 티끌로도 남아 있지 않겠지만, 그의 호령으로 억지 일을 해야 했던 미천한 조각가들의 작품은 2천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오롯이 살아 있었다. (2권. p. 39)

 그 미천한 조각가들을 누가 기억하겠는가. 그 누군가의 작품들만이 남아있고 그것들을 보고 우리가 기억하는 사람은 진시황이다. 조각가가 될 것 인가 진시황이 될 것인가 고민할 필요는 없다. 먼 미래의 사람은 어떤 것을 보면서 이름 없는 나의 노고를 안타까워하고 있지 않을까?

 

 결국 모든 문화유산이란 황제나 귀족들의 노고나 업적이 아니라 천대받으면 산 미천한 사람들의 피땀이에요. 그래서 문화유산은 더 소중한지도 모르지요. (2권. p. 47)

 말만...

 

 옛날에 목이 달아나고 싶으면 세 번 진언하라는 말이 있었다. 로마의 네로 황제는 자신에게 간언하는 신하들의 목을 가차 없이 쳤고, 중국의 수양제도 자신의 방탕한 생활에 대해서 신하들이 진언하는 쪽쪽 목을 베어버렸다. 기업의 오너도 직언의 대상이 아니었고, 충고의 대상도 아니었고, 토론의 대상도 아니었다. 그들은 신적 절대성과 제왕적 권력을 구사하기를 원했다. 함께 일하려면 거기에 맞춰야 했다. 그것은 또 하나의 자본의 마력, 돈의 힘이었다. (2권. p. 219)

 난 마음 좋은 편안한 상사와 술을 마시면 안 되겠다. 그런 사람과 술을 마신다면 분명 내 진심이 입 밖으로 나올 것이고 난 찍히거나 짤리거나...

 

 "딸을 낳았다고 딸하고 함께 쫓겨났습니다." (2권. p. 301)

 중국도...

 

 넓디나 넓은 중국 천지에 산이 많고도 많은데 그중에서 으뜸으로 꼽힌 것이 타이산이었다. 그 으뜸산에 최초로 자신의 치적을 고하며 제사를 지낸 것이 진시황이었다. (2권. p. 375)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중국에서 입에 올려서는 안 되는 3대 금기사항. 마오쩌둥에 대해 험담하는 것. 당에 대한 비난을 하는 것.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거나, 대만의 독립을 주장하는 것. (3권. p. 106)

 되는 건 몰라도 상관 없지만, 안 되는 건 꼭 알고 있어야 한다.

 

 한때 그 정확한 수를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1만 개 이상 중국땅에 진출했던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중국 정부에 세웠던 공은 따로 있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수십 년 동안 시간 때우기만 하며 게으름을 피우는 사회주의 노동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 월급 주어가며 강도 높은 자본주의 노동법을 체헙시켜 그들의 의식과 체질을 바꾸어놓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개혁개방의 경제발전을 주도하는 핵심 세력인 제조업 전문기술자로 양성시켜 준 것이었다. 중국 정부에서 직접 그 많은 사람들을 그렇게 숙련된 기술자로 변화시키려고 했다면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었을 것인가. (3권. p.116)

 한국인의 저력? 해석하기 나름?

 

 에드거 그노의 [중국의 붉은 별]. 중국공산당과 마오쩌둥을 객관적으로 전 세계에 알린 사람이 에드거 스노였습니다. 그래서 마오쩌둥은 "나에 대한 전기는 이 책으로 대신한다"고 만족을 표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당신들이 숭상하는 마오 주석께서는 왜 하필 스노의 묘를 베이징대학 캠퍼스에 쓰게 했을까요? (3권. p. 180)

 대학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았군. 가방끈이 짧은 사람들의 열등감. 사실 지금의 대학은 ㅆㄹㄱ...

 

And

[방과 후] - 히가시노 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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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출판사
창해 | 2007-07-2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제31회 에도가와 란포 상 수상작! 현재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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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으로 강간당하다 ······."

(p. 420)

 

 '어느 날 갑자기 시체로 발견 된', 추리소설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모습이다. 추리소설은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들에서 쫀득쫀득하고 긴장감을 유발시키는 매력이 있다. 답 혹은 원인에 대한 궁금증과 허를 찌르는 반전은 이야기의 집중력을 높인다. [방과 후]는 그 구성면에서 아주 탄탄한 추리 구조를 가진 작품이다.

 

 추리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사건과 사건의 계기를 연결하는 데에 미흡할 수가 있다. 그 연결이 조금 억지스럽거나, 혹은 사건와 추리에만 너무 과한 초점이 맞추어져 정작 중요한 사건의 계기는 부각되지 못하면 실망스럽기 마련이다. 이런 측면에서도 역시 [방과 후]는 실망감을 주지 않았다.

 

 [방과 후]의 선생님들과 여고생들의 이야기가 소설 속 이야기일 뿐이라고 하기엔 사회가 많이 변했다. 요즘 벌어지는 사건/사고 기사들을 접해보면, 실제로도 일어날 수 있을 것만 같다. '에미'의 심정에 내가 이렇게 공감을 느끼는 이유가 무엇일까. '시선', '자존감'. 두 단어가 바로 떠오른다. 그만큼 나도 '시선'을 두려워 한 기억이 있고 '자존감'에 상처를 받았고 아팠던 기억이 있어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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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들] - Willy Ronis  (0) 2013.05.15
And

[옛날에 내가 죽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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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야카'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남긴 놋쇠 열쇠 하나와 손으로 그린 지도 한장을 들고 오래 전 연애했던 '나'를 찾아온다. 그리고 '나'에게 부탁을 한다. 함께 '사야카' 자신의 유년 시절 기억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지도 위의 장소로 함께 가줄 수 있냐는 부탁을. 초등학교 시절 이전의 기억이 전무한 '사야카'는 '나'와 마쓰바라호 역으로 출발한다. 그곳에서 별장같은 건물을 맞이한다.

 

 '사야카'에게는 딸 '미하루'가 있다. '시야카'는 딸을 학대하는 자신에 대한 공포감을 가지고 있다. '내'가 어느 과학 잡지에 과학적으로 접근한 아동 학대에 관한 기고한 글을 보고 '내'게 연락을 했던 것이다.

 

 "적어도 내가 이따금 그 아이에게 품는 감정은 다른 엄마들과는 다를 거야. 난 그 애를 진심으로 미워할 때가 있어. 내 말 믿겨져?" (p. 121)

 "그 기사에 밤에 우는 버릇이 안 고쳐지는 아이를 한밤중에 자기도 모르게 목 조를 뻔한 엄마 얘기가 나오잖아. 그걸 읽고 깜짝 놀랐어. 마치 내 일처럼 느껴져서." (p. 123)

 

 전화로 상담하는 사람의 약 70퍼센트가 자기 자신을 학대하는 엄마라는 것도 취재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었다. 상담을 할 정도의 자각이 있다면 학대를 그만두면 되지 않느냐는 말은, 학대하는 엄마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의 주장이라는 게 상담원의 말이었다. 그만둘 수 없기 때문에 괴로워하는 것이고 바로 그 때문에 전화를 거는 것 같았다. (p. 126)

 

 아버지의 이상했던 여정들에 관한 기억을 토대로, 아버지가 남긴 유품들을 가지고 옛 연인과 함께 낯선 여행을 떠난 것은 직감, 육감 등 어떠한 본능적인 감각의 끌림이었다. 그 끌림은 현재 '사야카'에게 존재하지 않는 유년 시절을 찾아 떠난 여정으로의 의미를 갖게 된다. 그리고 그 별장같은 건물에서 발견된 것들은 조금씩 '사야카'의 잃어버린 기억을 끄집어내기 시작한다. 

 

 현재의 정신적 상처나 고통을 치료하기 위해 과거로 떠나는 심리치료가 이용되기도 한다. 어린 시절 받았던 충격이나 사고, 공포 등의 요소들이 스스스로 감지하지는 못하지만 성인이 된 지금의 나의 모습에 상당 부분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가정하에 그러한 과거 여행은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 되고 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문제 자체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이 되어야 하고 다음으로 그 근본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원인과 문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점이다.

 

 그런 측 면에서 [옛날에 내가 죽은 집]은 나의 '죽은 집' 즉, 내 안에 잠재된 상처나 아픔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통해 주인공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리고있다. 작가의 문체가 워낙에 잔잔한 공포를 가지고 있어서 읽는 내내 닭살 돋는 서늘함이 유지된다. 단순히 문체의 특성을 떠나, 상처나 아픔을 들추는 일은 때론 공포가 될 수 있기에 그러한 잔잔한 공포를 유지한 것은 아닐까. 그것이 고통, 상처, 아픔, .... 괴로운 것들 혹은 어떤 것들이라도 내 스스로에 관한 것은 숨겨서는 해결되지 않는 것 같다. 들추어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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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트렌드 코리아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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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13

저자
김난도 지음
출판사
미래의창 | 2012-11-21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김난도의 2013년 트렌드 키워드는 '코브라 트위스트(COB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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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이라는 단어에는 전제 조건의 단어가 붙는다. 바로 '과거'의 존재다. 경향은 그간의 누적된 기록을 필요에 맞게 정리를 해두는 것 자체이다. 두드러지는 impact가 없다면, 그간의 기록을 분석하여 가까운 미래를 점칠 수 있겠다. 한 국가의 소비 경향을 예측한다는 것은 단순한 그래프를 잇는 함수식은 아니지만, 충분히 짐작 가능한 작업이라 판단된다.

 

 그러한 면에서 [트렌드 코리아 2013]은 표현력과 구성, 그리고 참신함이 돋보인다. 공감은 얻을 수 있겠으나 평이해 보일 수 있는 내용들을 예쁜 그릇에 보기 좋게 담아 놓은 듯 하다.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적절한 강조와 축약된 소제목들이 작품을 더욱 살리는 첨가제가 되고 있다. 

 

 주목을 받을만한 소비 아이템들은 사회/문화적 측면의 변수에 많은 영향을 받아 채택된 것으로 보인다. 몇몇 선진국의 예가 나오긴 하지만 현재 한국에서 관심도가 높은 것과의 관련성을 위해 언급된 것이지 국제적인 측면의 변수로 크게 적용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국내 정치/경제적 변수도 물론 그 비율이 낮아보인다. 그나마 안정적이고 일정한 흐름을 따르는 것이 사회/문화적 요소이기에 그렇지 않을까. 

 

 중요 변수를 떠나 현재 주목 받고 있는, 금년에 주목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템들을 하나하나 보며, 현재의 한국 사회를 보는 시각을 넓힐 수 있었다. 또한, 한 발짝 떨어져 평소 의식하지 못했던 것들을 사고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And

[그날들] - Willy Ron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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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십년 전 타국의 어느 일상. 그 낯설음에 쉬이 눈길을 주지 못한다. 영어 Test 문제에 나오는 흑백 사진들을 보고 있는 느낌이다. 내 짧은 식견 탓이리라.

 일상에서 의미 찾기란 참 중요하면서도 쉽지 않은 일이다. 눈과 귀를 비롯한 신체는 점점 자극적인 것에 반응하고 일상적인 것에는 무던해지고 있다. 그러한 자극적인 것을 갈구하는 대중을 위해 대중매체는 좀 더 자극적이게 contents를 포장한다. 또 한편으로 대중매체의 포장이 워낙에 자극적인 것으로 변모하기에 대중은 자연스레 둔감해진다고 볼 수도 있겠다. 서로 맞물려 '자극성'을 추구하는 지도 모르겠다.

 사진은 순간을 포착한다. 포착된 순간만을 놓고 앞 뒤 상황에 대한 상상을 펼친다. 이것이 사진과 어떤 목적성을 띄고 그린 그림과의 다른 점이라 생각한다. 훨씬 더 많은 상상력이 사진을 통해 그려질 수 있는 부분이다.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는 인물 사진, 먹음직스럽게 차려진 음식. 지금 떠오르는 사진들이다. 풍부함을 지닌 사진이라기 보다는 단순함을 지닌 사진들만을 보고 지내는 듯 하다. 상상력이 필요 없는 사진들에 익숙해서인지 이 작품을 읽으면서 그렇게도 지루해 했나보다.

 


그날들

저자
윌리 로니스 지음
출판사
이봄 | 2011-10-26 출간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책소개
바로 그날을 나는 기억한다!윌리 로니스의 사진 그리고 이야기들『...
가격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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