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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6.03 [옛날에 내가 죽은 집]

[옛날에 내가 죽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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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야카'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남긴 놋쇠 열쇠 하나와 손으로 그린 지도 한장을 들고 오래 전 연애했던 '나'를 찾아온다. 그리고 '나'에게 부탁을 한다. 함께 '사야카' 자신의 유년 시절 기억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지도 위의 장소로 함께 가줄 수 있냐는 부탁을. 초등학교 시절 이전의 기억이 전무한 '사야카'는 '나'와 마쓰바라호 역으로 출발한다. 그곳에서 별장같은 건물을 맞이한다.

 

 '사야카'에게는 딸 '미하루'가 있다. '시야카'는 딸을 학대하는 자신에 대한 공포감을 가지고 있다. '내'가 어느 과학 잡지에 과학적으로 접근한 아동 학대에 관한 기고한 글을 보고 '내'게 연락을 했던 것이다.

 

 "적어도 내가 이따금 그 아이에게 품는 감정은 다른 엄마들과는 다를 거야. 난 그 애를 진심으로 미워할 때가 있어. 내 말 믿겨져?" (p. 121)

 "그 기사에 밤에 우는 버릇이 안 고쳐지는 아이를 한밤중에 자기도 모르게 목 조를 뻔한 엄마 얘기가 나오잖아. 그걸 읽고 깜짝 놀랐어. 마치 내 일처럼 느껴져서." (p. 123)

 

 전화로 상담하는 사람의 약 70퍼센트가 자기 자신을 학대하는 엄마라는 것도 취재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었다. 상담을 할 정도의 자각이 있다면 학대를 그만두면 되지 않느냐는 말은, 학대하는 엄마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의 주장이라는 게 상담원의 말이었다. 그만둘 수 없기 때문에 괴로워하는 것이고 바로 그 때문에 전화를 거는 것 같았다. (p. 126)

 

 아버지의 이상했던 여정들에 관한 기억을 토대로, 아버지가 남긴 유품들을 가지고 옛 연인과 함께 낯선 여행을 떠난 것은 직감, 육감 등 어떠한 본능적인 감각의 끌림이었다. 그 끌림은 현재 '사야카'에게 존재하지 않는 유년 시절을 찾아 떠난 여정으로의 의미를 갖게 된다. 그리고 그 별장같은 건물에서 발견된 것들은 조금씩 '사야카'의 잃어버린 기억을 끄집어내기 시작한다. 

 

 현재의 정신적 상처나 고통을 치료하기 위해 과거로 떠나는 심리치료가 이용되기도 한다. 어린 시절 받았던 충격이나 사고, 공포 등의 요소들이 스스스로 감지하지는 못하지만 성인이 된 지금의 나의 모습에 상당 부분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가정하에 그러한 과거 여행은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 되고 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문제 자체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이 되어야 하고 다음으로 그 근본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원인과 문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점이다.

 

 그런 측 면에서 [옛날에 내가 죽은 집]은 나의 '죽은 집' 즉, 내 안에 잠재된 상처나 아픔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통해 주인공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리고있다. 작가의 문체가 워낙에 잔잔한 공포를 가지고 있어서 읽는 내내 닭살 돋는 서늘함이 유지된다. 단순히 문체의 특성을 떠나, 상처나 아픔을 들추는 일은 때론 공포가 될 수 있기에 그러한 잔잔한 공포를 유지한 것은 아닐까. 그것이 고통, 상처, 아픔, .... 괴로운 것들 혹은 어떤 것들이라도 내 스스로에 관한 것은 숨겨서는 해결되지 않는 것 같다. 들추어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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