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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1.24 [적(敵)의 화장법(化粧法)] - 아멜리 노통브

[적(敵)의 화장법(化粧法)] - 아멜리 노통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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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화장법

저자
아멜리 노통브 지음
출판사
문학세계사 | 2012-12-27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적의 화장법'이라는 이 의미심장한 제목은 어쩌면 지겨운 또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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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 아니지요, 선생. 내가 고양이밥을 좋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내 안의 어떤 적이 그걸 강제로 먹게끔 한 거였으니까요! 그때까지 내 안에서 잠자코 숨을 죽이고 있던 그 적이 하느님보다 훨씬 강력한 모습으로 드러나면서, 신의 존재보다는 그 힘에 대한 나의 믿음을 여지없이 앗아가버린 거랍니다."(p.31)

 몇 번을 반복해서 읽었다. 도대체 뭔 말이야? 우리말이지만 해석이 어렵네. 내 안에 있는 어떤 적의 힘이 신의 힘 보다 강했던 경험. 그 경험으로인해 신앙을 잃었다는 이야기, 신의 존재에 대해서는 여전히 믿고 있음. 마지막 문장 중 '그 힘에 대한 나의 믿음'은 곧 신앙을 의미한다. 읽는 도중엔 신앙에 초점이 있었는데, 책을 끝까지 다 읽고난 지금 나의 초점은 '내 안의 어떤 적'에게 가 있다.

 

 "... 신의 무용성을 깨닫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아셔야 합니다. 내부의 적이 전능하다는 사실은 그에 대한 보상인 셈이죠. 머리 위헤 군림하는 은혜로운 독재자 덕에 산다고 믿었지만, 실은 자신의 뱃속에 웅크린 적의에 찬 폭군의 힘으로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겁니다."(p.32)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라고들 하지.

 

 "너무 늦었어요. 내 나이 마흔입니다. 우정에서나 사랑에서나 나는 누구의 마음에도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오. 그 누구한테도 동료의식이라든지, 아니면 희미한 공감대조차 불어넣어 줘본 적이 없단 말이오." (p.63)

 그렇지 마흔은 늦은 나이지. 아니지, 늦었다기보다는 막혀버리는 나이지. 아주 꽈악 막히기 시작하는 나이. 더 나이들어 힘이 빠지고 기력이 쇠하면 막힌게 뚤리기 시작하다 드러눕거나 죽거나.

 

 "누구나 자신만의 도덕률이 있는 겁니다. 나는 어떤 행위를 판단할 때 그것이 내게 주는 즐거움을 척도로 삼고 있어요. 관능적인 도취감이야말로 존재의 지고한 목적이며, 그건 그 어떤 정당화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한데 쾌감이 없는 범죄란 이유 없는 악행일 뿐이며, 암울한 공해에 지나지 않아요. 그건 도무지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겁니다." (p.99)

 내 안에 있는 녀석은 진정한 즐거움, 쾌감을 바랄 뿐. 정작 그 즐거움을 만족시킬 수 있는 행위는 하지 못하는 내 자신. 그럴수록 내 안에 있는 녀석과 나는 적의 관계가 형성된다.

 

 "누구나 자기 내부의 적을 너무 오랫동안 입막아두고 있으면 이렇게 되는 법이라네. 그러다가 일단 마이크를 붙잡게 되면 절대로 놓지 않으려 드는 거지." (p.132)

 술을 마시거나 마이크를 붙잡아야지 내부의 적을 드러낸다는... ㅠㅠ 내부의 나가 나와 적이 된 것부터가 잘못된 시작이지.

 

 "... 인생이 곧 내기 아닌가. 결국 목숨밖에는 내기 걸 게 없는 셈이지. 그걸 걸지 않는다는 것은 곧 살지 않고 있다는 거와 같지." (p.149)

 내부의 적에게 먹히고 말지. 이는 곧 자살. 내부의 적은 찬찬히 화장을 하고 멋지게 화장이 완성되면 나를 잡아 먹는다. 내 내부의 적은 어디까지 화장을 하고 있을까?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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